2025. 12. 12. 10:54ㆍ원장 소개
안녕하세요. 경희송한의원 송문구 원장입니다.
제가 구로디지털단지에서 한의원을 시작한 이래,
주변의 많은 병의원이 새로 문을 열고, 또 사라졌습니다.
어느덧 되돌아보니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가장 오랫동안 꾸준히 자리를 지킨 한의원중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진료실을 지키며 '과잉 진료'와 '의료의 상업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것을 목격합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저는 '전통 한의학적 근거'와 '현대 의학적 근거'라는 두 가지 축을 붙잡고,
합리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오늘은 조금 무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
제가 고집해 온 진료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한의학은 '추상'이 아니라 '고증'의 학문입니다

많은 분이 한의학을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한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학문이라 오해하십니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전통 시대에서조차 한의학은,
엄밀한 문헌 고증과 임상 경험의 교차 검증을 생명으로 여겼습니다.
가령 최초의 약물학 서적인 [신농본초경]이 저술된 이래 수많은 약물이 추가되었지만,
옛 의사들은 처음 발견된 효능과 나중에 보고된 효능,
그리고 부작용 사례를 엄격히 구분하여 기록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약전(Pharmacopoeia)이라 불리는 [신수본초]1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각종 처방의 매뉴얼인 [화제국방]이 성립된 이후에도
이를 비판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개별 약물의 효능(본초학)과 처방 속에서의 상호작용(방제학)은 끝없이 교차 검증되어 왔지요.
즉, 음양오행은 그 방대한 데이터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였을 뿐,
한의학의 본질은 '치열한 기록과 검증의 역사'입니다.
경희송한의원은 이러한 선조들의 엄밀한 탐구 정신을 계승하고자 합니다.
2. 현대의 '근거중심의학(EBM)'과 맞닿은 지점

과거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내가 명의(名醫)다"라고 주장하는 특정 의사의 신념이나 독창적인 가설이
치료의 기준이 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의학계는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습니다.
더 이상 의사 개인의 '뇌피셜'이나 권위가 아니라,
비판적 문헌 평가와 데이터가 치료의 기준이 된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전통 한의학의 태도와 현대의 EBM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전근대 한의학에 통계학적 방법론은 부재했지만,
"나의 얕은 지혜가 아닌, 검증된 문헌의 권위에 의지한다"는 태도는
오늘날 "논문과 임상 근거에 기반한다"는 EBM의 정신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3. 왜 지금 다시 유의(儒醫)인가?
옛날에는 유학을 익힌 의사, 즉 "유의(儒醫)"를 명의로 쳤습니다.
유학 경전을 읽는 것이 의술과 무슨 상관이 있었길래 그랬을까요?
그 답은 옛 과거 시험의 원칙이었던 '대성입언(代聖立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나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을 대신하여 말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자신의 주관적 신념이나 얕은 경험을 '진리'라고 착각하는 것을 경계하고,
엄밀하게 구축된 논리와 근거 시스템 안에서 사고하는 훈련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저에게 '성인(聖人)'은 바로 '객관적인 의학적 근거'입니다.
만약 정말 "이 입원이 환자에게 이득이 되는가?"를 의학적 근거로 판단했다면,
최근의 '경증 환자 입원 사태'는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정말 "이 시술이 환자를 낫게 하는가?"를 고민했다면,
'실비 보험에 기댄 각종 편법 시술'이 이렇게 범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4. 드러나지 않는 '원장'의 존재감
경희송한의원의 블로그를 보시거나 내원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한의원에서는 '우리 한의원만의 치료법'을 내세우는 홍보가 없습니다.
(최근에는 논문 소개에서 제 목소리를 조금 더 담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
이는 저의 게으름 때문이라기보다는,
"의학적 근거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수행해야 하고,
의사는 그 과정의 충실한 전달자여야 한다"는 제 믿음 때문입니다.
옛 선비들이 '술이부작(述而不作: 옛것을 기술하되 창작하지 않는다)'의 자세로 학문에 임했듯,
저는 '근거를 따르되 요행을 만들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진료하겠습니다.
하지만 '창작하지 않는다'는 것이 '옛것에 머무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매일 쏟아지는 최신 의학 지견 중,
'학계에서 검증된 최선의 치료'를 누구보다 민감하고 빠르게 받아들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안다(온고지신, 溫故知新)'이라고 할 때,
주자는 "옛것이란 과거에 들은 바이고, 새로운 것이란 지금 얻은 바이다2"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지금 얻은 바'라는 것은,
'최신지견'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과거 배운 바를 실행하면서 성취한 숙련도와 깨달음을 포함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근거에 충실'하되 '새로운 견해와 임상적인 숙련도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 이것이야말로 전통적인 '한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한의학적 근거와 현대의학적 근거가 진료의 방침을 결정하는 곳.
그러한 구로디지털단지 경희송한의원으로 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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