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처방에 대한 단상

2026. 2. 16. 08:00최신 연구 동향

 

 

한국의 높은 우울증 유병율과 높은 자살율 때문에, 항우울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과학적 근거는 무엇을 가르킬까요?

한의학에서도 '한방신경정신과'전문의가 따로 있고,

저는 해당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정확성에 제한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평소 제 생각과 다소 비슷한 영국 BMJ의 Letter를 접했기에,

간단히 해당 Letter의 주장을 정리해 봅니다.

다음 글에서 '주장'은 저의 주장이 아니라, 해당 영국 의사의(D Spence)의 주장이며,

그 밑에 설명의 제 생각입니다.

 

주장 1. 항우울제 처방률이 인구의 약 17%에 달할 정도로 과잉이다.

 

저자가 활동하는 영국(UK) 및 미국에서는 대략 이 정도의 처방률을 보이며, 한국은 이에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항우울제 처방이 무조건 '과잉'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가파르게 항우울제 처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지적될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수치가 낮다고 해서, 가파른 증가가 반드시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장 2. 항우울제의 효능은 제한적이며, NNT(치료 필요 환자 수)는 7명이다.

NNT(Number Needed to Treat)란 뭘까요?

NNT는 1명의 환자가 추가적인 유익한 효과를 얻기 위해 몇 명의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치료받는 다고 모든  사람이 효과를 보지는 못한다는 것을 토대로, 효과를 판별하는 개념이지요.

일반적인 1차 진료 환경에서 항우울제(SSRI 등)의 NNT는 연구에 따라 7~9명 수준으로 보고됩니다.

이는 7~9명을 치료해야 그중 1명만이 위약(Placebo) 대비 추가적인 효과를 본다는 의미입니다.

 

저자는 NNT 7이라는 성적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사실 제가 봤을 때에 이 정도면 무난한 편입니다.

고지혈증약 같은 경우는 연구에 따라서 50~100명 가량이 복용해야

1명의 심장마비를 막는 효과가 있다고 나타나니까요.

 

다만 많은 분들이 약간 오해하실 수 있는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흔히 접하시는 항생제는 보통 NNT 1.1~1.5 수준, 급성 통증에서 진통제는 NNT 2~3 수준입니다.

항생제를 복용시에는 거의 대부분 효과를 보고(NNT 1점대),

진통제는 간혹 '진통제 먹어도 소용 없네' 하시는 경우가 있죠?(NNT 2~3 수준)

그러한 경험이 이렇게 숫자로도 표현될 수 있습니다.

항우울제의 NNT가 7정도라는 것은, 항우울제는 흔히 접하는 '항생제'나 '진통제'보다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흔히 '항우울제'를 '마음의 감기약'처럼 가볍게 이야기하지만,

감기약에서 사용되는 '항생제'나 '진통제' 만큼 효과적이라고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감기에 항생제 처방하는 게 옳은지 하는 문제는 여기서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

 

주장 3. 중등도(Moderate) 이하의 우울증에는 위약(Placebo)과 차이가 거의 없을 수도 있다.


유명한 Kirsch et al.(2008)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경증에서는 약과 위약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고 중증으로 갈 수록 효과가 증가하였습니다.
아마 저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중등도 이하의 우울증에서 우울증약의 효과를 비판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보다 최신의, 116, 477명이 포함된 Cipriani(2018)의 네트워크 메타분석에 따르면,

급성 우울증 치료의 단기(8주) 효과를 비교할 때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에서 위약보다 효과적임이 나타났습니다. 

통계적으로는 전체 항우울제 SMD(0.30)에 대해서는 p < 0.0001로 보고되었으며,

이는 중등도의 우울증에서도 항우울제가 작지만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경도, 중등도, 중증'을 구별하는 것은 본래 여러가지 수치를 활용해야 하겠지만,

대략 '힘들긴 하지만 일상적인 사회적 기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으면 경도,

'업무 수행에 눈에 띄는 지장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중등도,

'사회적 직업적 기능이 명백하게 파괴되어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중증이라고 감을 잡으실 수 있습니다.


주장 4. '임상적 우울증'은 명확한 질병이라기보다 임의로 정의된 증상의 집합이다.

 

우울증 진단은 혈액 검사나 영상 진단(Biomarker)이 아닌,

DSM-5와 같은 진단 편람의 증상 체크리스트(설문)로 진단됩니다.

이 기준이 시대나 문화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가령 '동성연애'도 예전에는 '정신질환'으로 취급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하지만 뇌의 신경전달물질(Serotonin, Norepinephrine) 변화 및 뇌 구조적 변화가 관찰되므로

생물학적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장 5. 항우울제가 자살을 줄인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

 

이 부분은 좀 복잡합니다.
성인에게서는 중증 우울증 성인 환자에서는 자살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청소년과 소아에서는, 오히려 자살 충동(Suicidal ideation)을 높일 수 있습니다.

미국 FDA는 24세 이하에서는 최고 수준의 경고인 '블랙박스 경고(Black Box Warning)'를 부착하고 있습니다.

또 항우울제 처방이 급증한 지난 30년간, 전 세계적인 자살률이 그에 비례해 드라마틱하게 감소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들 역시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의 관찰연구를 통해 '항우울제가 자살을 줄이는 것'이 확립된 사실인것 처럼 오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그러한 주장을 '명확한 진실'로 주장한다면 이는 오류입니다. 해당 연구는 후향적 연구로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고, 사회보장의 변화, 약물 독성 감소 등 다양한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처럼 '확실한 증거는 없다'는게 보다 명확한 주장입니다.

주장 6. 우울증은 병이 아니라 심리적 적응 반응(Adaptive Response)이다.

 

이 부분은 저자 개인의 의견으로 보입니다. 

사실 주장 4, 그러니까 "명확한 질병이 아니라 임의로 정의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이해되어야 할 텐데요,

최소한 '경증'의 우울증에서는 귀기울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지금 전체적으로는 항우울제 처방이 너무 낮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개선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항우울제 처방률을 높아진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2024년 기사에 따르면,

당시 기준으로 10년새 1000만건 가까이 폭증하였는데,

이게 항우울제가 정말 꼭 필요한 '성인'에게서 늘어났는지 학인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20대가 가장 많이 증가하고(288%) 그 다음이 10대(185%)여서,

상대적으로 항우울제의 부작용에 취약한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것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최근 신경정신과와 타과의 갈등을 빚으면서 '안전성'만 강조되었기 때문에,

이는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항우울제를' 쉽게 처방하는 환경을 만들자고 외치기 전에,

중등도 우울증 이전의 비약물 치료를 개선하고,

10대와 20대가 우울증에 빠지는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고,

특히 약물 부작용에 취약한 10대와 20대를 엄밀히 추적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고요?

감기걸렸다고 죄책감 느낄 필요 없듯, 우울증을 숨기거나 꺼려서는 안된다는 의미라면 맞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은 감기와 달리,

약물 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이며(특히 가벼울 때에는),

원인도 바이러스가 아니라 사회제도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약을 피해서도 안되겠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약만 권하는게 아니라 약물의 부작용 고지와 비약물적 노력이 충분히 이루어질 때

비로서 약물 권유도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관련 논문/근거 (Reference)

Spence, D. (2013). Are antidepressants overprescribed? Yes. Bmj, 346.

https://www.bmj.com/content/392/bmj.s255.short?rss=1